이 책은 일반 독자를 위해 쓰였지만, 정부 당국자와 플랫폼 임원, 그리고 결제 전문 변호사가 한 줄 한 줄 트집을 잡으며 읽을 것이라는 긴장 속에서 취재되고 집필되었다. 실제로 그들은 그렇게 읽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중적 의무감은 이 책이 출처를 다루는 방식에 깊이 반영되어 있다. 그 방식을 미리 이해해 두면 독자가 책의 내용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독성을 위해 각 장의 본문에는 미주 번호나 인라인 인용 표기를 넣지 않았다. 의도적인 선택이다. 독자가 참조 번호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논증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하며, 문장 한가운데서 굳이 출처를 밝혀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주장이라면 차라리 본문에서는 명료하게 서술하고 장 끝에 별도의 주석을 두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장의 끝에는 상세한 ‘주석(Notes)’ 섹션을 마련했다. 이 책이 스스로에게 정한 규칙은 단순하다. 일반 독자가 본문 안에서 단 하나의 미주 번호도 마주치지 않게 하되, 회의적인 시각의 전문가가 그 어떤 주장이든 주석 페이지에서 근거를 찾지 못하는 일은 결코 없게 한다. 모든 통계, 일자가 명시된 사건, 인용구, 법률·규제적 주장, 그리고 미래 전망치는 모두 주석과 1대1로 연결되어 있다. 다만 저자 고유의 논리와 해석은 그 자체가 논증으로 제공되는 것이므로 따로 주석을 달지 않았다. 독자는 이를 자유롭게 받아들이거나 반박할 수 있다.
주석이 가리키는 자료는 단순한 2차 가공 웹사이트가 아니라, 가능한 가장 권위 있는 자료에 기반하였다. 한국 관련 사실에 대해서는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규제 당국의 공식 자료와 법원·국회의 공식 기록, 그리고 기업의 정식 공시 자료를 직접 대조해 반영했다. 글로벌 흐름에 대해서는 테크 기업의 공식 발표, 법원 판결문, 권위 있는 연구 기관의 일자별 보고서 등을 직접 참조했다. 양질의 저널리즘 기사는 다른 원본 자료가 존재하지 않을 때만 종착지 출처로 제한적으로 사용했으며, 그 경우 반드시 보도 일자를 병기했다. 이 분야는 이커머스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변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사실이 생성된 시점 자체가 곧 사실의 일부다.
여기서 까다로운 두 가지 예외를 투명하게 밝혀 두고자 한다. 첫 번째는 한국이나 미국처럼 공시 제도가 투명하지 않은 국가, 특히 중국의 데이터다. 중국 시장에서는 권위 있는 원천 수치를 공개된 형태로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정부 통계표에 없다는 이유로 모든 수치를 거부한다면 중요하고 진실한 시장 흐름을 누락하게 된다. 이 책이 택한 원칙은 기계적인 엄격함이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이다. 1차 원천이 존재하면 그것을 쓰고, 존재하지 않을 경우 원본 자료일 가능성이 높고 합리적으로 교차 검증이 가능한 명망 있는 2차 출처를 명시적으로 인정해 인용했다. 비상장 사기업이 자사 활동에 대해 배포한 수치는, 언론이 이를 받아 보도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해당 기업에서 발원한 수치임을 밝혔다. 출처의 입장에 맞춰 부풀려지기 쉬운 광고성 수치나 민족주의적 통계는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해 여러 매체로 교차 검증했고, 독자가 출처의 신뢰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인용 경로를 정확히 노출했다. 1차 자료가 아닌 데이터를 다루는 유일한 해법은 출처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언제 어디서 온 것인지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미 측정된 사실’과 ‘미래 전망’을 구분하는 일, 그리고 ‘이미 통과된 법률’과 ‘단지 제안된 법안’의 경계를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이 책은 이 둘 사이의 선을 결코 흐리지 않았다. 과거에 검증된 도입률 데이터와 컨설팅 펌의 장밋빛 전망을 같은 성격의 자료인 양 한 표에 올려놓지 않았으며, 이미 시행 중인 법률과 국회 소위에 계류 중인 법안을 섞어 서술하지도 않았다. 이 책의 가장 묵직한 주장들 가운데 상당수가 바로 이러한 구분 위에 서 있다. 이 원칙은 이 책이 가장 아쉬워하는 공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026년 현재 한국의 어떤 플랫폼도 에이전트가 자율로 완수한 결제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책은 추정치를 만들어 그 공백을 메우는 대신 공백의 윤곽을 정확히 그리는 쪽을 택했는데, 공개된 수치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2026년 한국 에이전틱 커머스의 가장 중요한 1차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핵심 통계라 하더라도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경우에는 본문에서 슬그머니 넘어가지 않고 탈락 사실을 정직하게 밝힌 뒤 폭은 좁지만 진실된 수치로 대체했다.
오픈 위키, 검색 최적화(SEO)용 블로그, 콘텐츠 팩토리 같은 정크 출처는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원본 자료를 찾아 들어가는 단서로만 활용했고, 인용은 철저히 원본 문서로 제한했다. 널리 유포된 유명 수치라 하더라도 권위 있는 출처로 끝까지 추적되지 않는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고, 폭은 좁지만 검증된 수치로 대체했다.
이러한 방식이 이 책을 무오류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이 책은 2026년에 쓰여 아직 진행 중인 미래에 대한 첫 구조적 보고서이며, 전망에 대해서는 명확히 ‘전망’임을 밝혔다. 다만 이 방식이 독자에게 보증하는 바는 분명하다. 이 책의 모든 사실적 주장은 회의적인 독자조차 수긍할 수 있는 출처로 확인 가능하며, 불확실한 영역에 대해서는 아는 척하지 않고 솔직히 불확실하다고 말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