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3차례
제1부 · 세 가지 충격이 한꺼번에 오다

제2장: 가격 침공과 거대한 퇴각

약 2년간 한국에서 가장 저렴한 물건은 중국 앱이었다.

2023년 어느 시점, 한국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열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가격표들과 마주했다. 자판기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휴대폰 케이스, 단단해 보이는 삼각대와 정교한 주방 도구, 배송비조차 나오지 않을 법한 가격의 캠핑용 조명이 화면을 채웠다. 2~3천 원짜리 여름 원피스도 적지 않았다. 이 기묘한 앱들의 이름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그리고 얼마 뒤 합류한 쉬인이었다. 이들은 한국인이 지난 수년간 사들였던 자잘한 공산품들을, 수입업자·도매상·국내 유통 벤더 등 중간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중국 공장에서 소비자 현관까지 곧바로 배송하겠다는 제안을 들고 바다를 건너왔다.

이 제안은 통했고, 빠르게 퍼졌다. 2023년 여름까지 한국에서 거의 인지도가 없던 테무는 1년 반 만에 800만 명이 넘는 한국인의 휴대폰에 깔렸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전성기에 월간 사용자 900만 명을 넘겼다. 2025년 한국인은 연간 8조 5,000억 원의 물건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했고, 그중 중국이 금액 기준 약 3분의 2, 소포 수 기준으로는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다. 두 수치의 격차는 그 개별 소포들이 얼마나 저렴했는지를 보여 준다. 대부분은 무관세 기준선(150달러) 아래로 들어와 세금조차 한 푼 내지 않았다. 한국 커머스 시장의 가장 얇고 광범위한 밑바닥이 단 몇 개의 앱에 의해 통째로 사라질 듯한 침공이었다.

이것이 한국 이커머스를 강타한 세 가지 충격 중 첫 번째인 ‘가격 충격’이다. 중국 플랫폼들은 유통 구조상 절대적인 최저 가격을 들고 나왔고, 유통 역사 속 모든 파괴적 신규 진입자처럼 그 최저가를 무기 삼아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왔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일이야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침공과 퇴각의 궤적 자체가 이 책이 일관되게 다룰 핵심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통했다. 그러나 신뢰는 버티지 못했다.

균열은 사소한 성분 검사에서 시작됐다.

2024년 4월, 관세청의 검사관들이 단순한 일을 했다. 중국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아동용 공산품 몇백 개를 직접 사서 국가 지정 연구실에 보내 정밀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것이다. 얼마 후 도착한 성분표는 충격적이었다. 검사 대상 가운데 상당수에서 위험 물질이 검출되었고, 일부 수치는 오차 범위 수준이 아니었다. 아동용 장신구와 완구에서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과 납이 기준치의 최고 3,000배 넘게 검출되었다.

이후 1년 반 동안 관세청, 서울시, 환경부 등의 정밀 검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검사 결과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때마다 소비자들은 같은 종류의 공포를 마주해야 했다. 겨울 아동복 지퍼에서 기준치의 수백 배가 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되고, 저가 목걸이에서 중금속이 흘러나왔으며, 향초에서 국내 사용이 금지된 보존제가 검출되었다. 2026년 초 환경부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에서 유통되어 무작위로 검사한 공산품 중 약 7분의 1(14.5퍼센트)이 국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두 번째 위협이 겹쳤다. 이번엔 카드뮴이 아니라 데이터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중국 플랫폼들의 사용자 데이터 처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참담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약 18만 명에 이르는 중국 현지 셀러들에게 적법한 동의 절차 없이 넘겼고, 계정을 탈퇴하려는 사용자에게는 영어로 된 복잡한 하위 링크 속에 탈퇴 버튼을 감추는 방식으로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설계했다. 당국은 약 19억 7,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테무도 약 13억 8,7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당국에 따르면 테무는 한국 셀러들의 신분증 정보와 얼굴 윤곽이 담긴 짧은 인증 영상을 대규모로 수집해 보관해 왔으며, 회원 탈퇴를 위해 7단계의 모바일 미로를 통과하게 만든 ‘다크 패턴’을 유지했다.

유해 물질 스캔들과 개인정보 불법 이전 처분이 같은 시기에 터지자, 시장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최저가의 매력은 여전했지만, 그것이 내 아이의 건강을 해치는 카드뮴과 내 안면 정보의 무단 유출을 동반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한국 소비자들의 계산은 달라졌다. 2026년 봄에 이르러 중국 플랫폼들의 성장은 빠르게 꺾였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월 결제액은 두 자릿수 하락세에 들어섰고, 테무는 신규 유입보다 앱 삭제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가격이 싸다면 정체불명의 외국 사기업에 어느 정도의 정보까지는 내줄 수 있다고 여겼던 소비자들이, 신뢰 장벽이 무너지자 가장 먼저 돌아섰다.

연간 수억 개씩 들어오는 중국발 직구 소포를 지켜보던 정부는 결국 대대적인 규제에 나섰는데, 그 결정은 이커머스 규제 역사에 가장 교훈적인 사례로 남게 된다.

2024년 5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구성된 규제 당국은 아동용 완구와 전기·생활용품 등 80여 개 카테고리에 대해 한국 국가통합인증마크(KC) 미인증 제품의 해외 직접 구매를 원천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카드뮴 검출 사태에 대한 행정부의 합리적 대응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미 일상이 되고 가계 비용 방어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직구 생활 위에 하룻밤 사이 행정 조치의 족쇄를 채우는 모양새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발표 직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와 젊은 부모층의 여론이 들끓었고, 반발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번졌다. “정부가 서민의 마지막 최저가 통로마저 막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는 사흘 만인 5월 19일 합동 브리핑을 열어 “80개 카테고리 직구 금지는 확정된 바 없으며 국민적 혼란을 야기해 사과드린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행정 조치 한 번으로 거대한 모바일 생활 습관을 바꾸려던 시도가, 정부의 굴욕으로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이 일은 이 책이 앞으로 반복해서 다룰 한 가지 규제 패턴을 보여 준다. 새로운 쇼핑 방식이 한국인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고 가계 예산의 일부가 되는 순간, 사후에 규제 레버를 내리치려 해도 그 레버 자체가 국민적 저항에 막혀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규제의 고통이 대상 플랫폼이 아니라 소비자 본인에게 먼저 도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 플랫폼의 공습을 규제 장벽으로 무디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시도는 정부에 상처만 남겼다. 결국 중국 플랫폼들의 진격을 멈춘 것은 강제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선택한 ‘신뢰의 퇴진’이었다.

그 퇴진은 시장 자신의 손으로 완성됐다.

2025년 말에 이르러 끊임없이 오르던 수치들은 꺾이기 시작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 진출 이래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이 전년 대비 약 20퍼센트 감소했고, 2026년 봄까지 매달 결제액이 두 자릿수씩 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던 테무는 신규 유입보다 이탈 사용자가 많은 상황을 맞았다. 2026년 초 데이터에 따르면 테무 앱을 설치한 신규 사용자의 약 75퍼센트가 30일 이내에 앱을 삭제했다. 체리피커 사용자조차 더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이 하락은 그들이 가격을 올려서가 아니었다. 가격은 여전히 한국 시장 최저가를 유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신뢰였다. 신뢰가 사라진 최저가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조건이 되지 못했다. 한국 언론과 학계는 이 2년간의 상승과 하락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초저가는 통했지만, 신뢰는 잡지 못했다.”

이 한 문장을 새겨 둘 필요가 있다. 가격과 편의성만으로 시장 전체를 18개월 만에 흔들고 점유율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그 끝이 영구적인 자리는 아닐 수 있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소비자는 돌아선다. 가격은 소비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게 만드는 미끼는 될 수 있어도, 그 안에 자리 잡고 머무르게 하는 힘은 결국 신뢰다.

중국 플랫폼들의 침몰을 지켜본 한국 유통 시장은 이후의 방향을 보여 주는 두 가지 상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첫째는 거대 유통 기업이 침입자와 손을 잡은 일이다. 2025년 가을, 한국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 신세계 그룹은 불과 몇 년 전 3조 4,000억 원에 인수했던 지마켓의 경영권과 지분을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에 넘기고 50대 50의 합작 법인 형태로 노선을 바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결합을 승인하면서 매우 이례적인 단서를 달았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두 플랫폼이 한국 소비자의 개인 데이터베이스를 ‘상호 공유하지 말 것’을 강제하는 조건부 승인이었다. 대기업이 생존을 위해 중국 진입자와 손을 잡는 그 순간에도, 규제 당국은 정보 유출 사태의 그늘에서 한가운데에 개인정보 분리벽을 세운 셈이다.

둘째는 갈 곳을 잃은 거대한 최저가 직구 수요가 어디로 흘러갔는가다. 유해 물질과 개인정보 스캔들에 놀란 소비자들이 ‘값싸고 실용적인 물건을 사고 싶다’는 욕구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 수요는 규제나 법률의 통제 없이, 가장 안전하고 오래 신뢰받아 온 한 토종 오프라인 매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1,000원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다. 다이소는 정체 모를 크로스보더 앱과는 격이 다른, 전국 골목마다 매장이 있는 한국형 안전지대다. 오랫동안 싼값에 쓸 만한 생활용품을 팔면서 단 한 번도 독성 물질이나 개인정보 사고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 적이 없는 브랜드다.

그 결과, 2025년 다이소의 연간 매출은 약 4조 5,000억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은 9.8퍼센트에 이르렀다. 국내 대형마트 일부 체인의 매출 규모마저 추월했다. 오프라인에 머무르지 않고 개편한 다이소몰 모바일 앱의 MAU는 2026년 2월 기준 약 51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2퍼센트 증가해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쇼핑 앱 중 하나가 되었다. 중국 플랫폼들이 흔들어 깨워 놓은 최저가 생필품 수요가, 결국 가장 믿을 수 있는 토종 결제창으로 흘러간 셈이다.

이로써 가격 침공이라는 첫 번째 충격은 한 바퀴를 마쳤다. 중국 플랫폼들의 거침없는 진격은 가격의 파괴력을 분명히 보여 주었고, 그들의 빠른 몰락은 결국 신뢰가 비즈니스의 최종 심판자임을 가르쳐 주었다. 가격은 문을 열 뿐, 신뢰가 없으면 그 안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 흉터의 기억을 안고, 우리는 다음 두 가지 충격으로 들어간다. 기계를 향한 신뢰가 어떤 심리적 장벽 위에 서 있는지 이제부터 확인하게 될 것이다. 중국 플랫폼이 잃은 신뢰는 모르는 이방인을 향한 합리적 경계 수준이었지만, 다음 장에서 무너질 신뢰는 한국이 가장 오래 의지해 온 챔피언의 심장부에서 무너진 신뢰다.

주석

  • 2025년 직구 거래액과 중국 비중: 한국 해외 직접 구매액 8조 5,080억 원, 그중 중국이 거래액 65.5퍼센트, 통관 소포 수 약 77퍼센트. 관세청 통관 통계 및 통계청 연간 거래액. 무관세 면세 한도는 미국 외 국가 발송 소포 기준 물품 가격 150달러 이하.

  • MAU 추정: 테무 앱은 2023년 국내 유입 후 18개월 만에 800만 사용자 돌파(2024년 말 기준), 알리익스프레스는 MAU 900만 돌파. 모바일인덱스 및 와이즈앱 추정 수치.

  • 유해 성분 검출: 2024년 4월 관세청, 아동 완구 정밀 검사 결과 1급 발암물질 카드뮴 최고 3,026배 검출 발표. 이후 서울시의 주간 단위 정밀 분석(프탈레이트 가소제 기준치 수백 배 초과 등), 2026년 초 환경부 종합 보고서(해외 직구 공산품 중 약 14.5퍼센트 부적합).

  • 개인정보 침해 처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2024년 7월 의결, 알리익스프레스 19억 7,800만 원, 테무 13억 8,700만 원 과징금. 알리의 18만 중국 셀러 개인정보 무단 제공, 테무의 안면 영상 무단 수집 및 다크 패턴 탈퇴 미로 설계 명시.

  • KC 인증 규제 파동: 2024년 5월 16일 관계 부처 합동 “해외 직구 안전 확보 방안” 발표(KC 미인증 80개 카테고리 직구 금지), 사흘 만인 5월 19일 사과 및 철회. 국무조정실 브리핑.

  • 실적 하락과 이탈률: 알리익스프레스 2025 회계연도 거래액 전년 대비 약 20퍼센트 감소, 테무 신규 설치 후 30일 이내 삭제 비율 약 75퍼센트(2026년 초 모바일인덱스 기준).

  • 신세계·지마켓·알리바바 합작: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의 지마켓 지분 일부 매각 및 알리바바와의 50대 50 합작.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9월 회원 데이터 통합 및 무단 공유 금지를 조건으로 결합 승인.

  • 다이소 실적 및 디지털 확장: 아성다이소 2025년 매출 약 4조 5,400억 원(전년 대비 약 14퍼센트 증가), 영업이익률 약 9.8퍼센트. 다이소몰 앱 2026년 2월 MAU 약 516만 명(전년 동월 대비 약 42퍼센트 증가). 유통 공시 및 와이즈앱 모바일 데이터.